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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락의 해부> 리뷰, 진실은 존재하지 않고 믿어진다. (황금종려상, 해석) 본문

영화 리뷰/2024년 관람작 리뷰

영화 <추락의 해부> 리뷰, 진실은 존재하지 않고 믿어진다. (황금종려상, 해석)

새시 2024. 2. 1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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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의 해부>

<Anatomie d'une chute>


-  영화 정보

감독 : 쥐스틴 트리에

  *대표작 : <시빌>, <빅토리아>, <에이지 오브 패닉>, <마인드 게임> 등
 

출연 : 산드라 휠러, 스완 아를로드, 밀로 마차도 그라너, 사뮈엘 테이스  등
 
매체 평점(2024.02.10. 기준)

왓챠피디아 : 3.9 / 5.0 (1.1만 명)

키노라이츠 인증회원 지수 : 96.47%
로튼 토마토 : 96% (257명)

메타크리틱 : 86점 (44명)
IMDb : 6.8 / 10

 

* 제76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 제96회 아카데미시상식 각본상 수상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산드라 휠러), 각본상, 편집상 후보
 
* 관람 가능한 OTT : 없음 (2024. 02. 10. 기준, 현재 상영 중)
 

* 본 리뷰는 작품의 스포일러를 다소 포함하고 있습니다.
 


-  영화 리뷰

0. '진실'은 취약한 존재이다. 한 사건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은 무엇인가 말하고자 하지만, 이것을 완전하게 전할 수 없기에 진실은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진실이란 존재는 결국 환상이 아닐까? 본 작품은 이러한 질문을 법정극의 형태를 통하여 전달하는 작품이다.

 

<차츰 밝혀지는 '산드라'의 진실은 관객을 계속 의심하도록 한다.>

관객의 생각을 흔드는 각본의 힘

1. <추락의 해부>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각본이다. 법정물의 구성을 가진 본 작품은 주인공 '산드라(산드라 휠러 분)'이 남편을 죽인 살인범이라는 혐의를 받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는 이러한 '산드라'를 무고한 것처럼 묘사한 것처럼 그리다가도, 그렇지 않다는 암시를 보여주지만 또 다른 이야기를 통해 그가 범인이 아닌 것처럼 다시 묘사한다. 이러한 과정은 마치 양파 껍질을 까듯 이루어지며, 관객들을 계획한 대로 혼란에 빠트린다.

 

2. 영화의 각본은 이를 계획적으로 수행한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한 대학생의 요청으로 인터뷰를 하는 '산드라'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남편 '사뮈엘(사뮈엘 테이스 분)'이 일을 위해 크게 틀어놓은 음악으로 인해 방해받아 중단된다. 이 장면은 처음에는 단지 남편의 '심술'로 보이다가, 이후 '산드라'의 과거 동성애적 불륜을 고백하는 부분에서 '질투' 혹은 '방해'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후 재판에서 불리해진 '산드라'가 과거 '사뮈엘'의 자살 시도를 변호사에게 고백하는데, 이를 듣는 변호사가 이를 온전히 믿지 않는 것처럼 관객들도 이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이후 아들 '다니엘'의 이야기로 인해 이는 사실처럼 보이게 된다. 작품의 각본은 이런 식으로 관객의 생각을 흔들고, 의심시킨다. 

 

<'다니엘'은 가족의 해부를 눈 앞에서 목격한다.>

'가족'의 해부가 말하는 것

3. 작품은 '사뮈엘'의 추락을 해부한다. 동시에, 이는 '가족'을 해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아들 '다니엘'이다. 시각 장애를 앓고 있던 그는 1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자신의 부모가 가지고 있는 치부가 해부되어 모든 이들에게 공표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아버지는 자신으로 인해 생긴 죄책감으로 고통받고 있었고, 어머니는 이를 자신의 입으로 모두에게 말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진실을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4. 이러한 과정에서 나온 '진실'들은 불편하다. '다니엘'은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신으로 인해 싸우는 녹음 파일을 방청석에서 듣는다. 그들은 분명 '다니엘'을 사랑하였지만, 음성으로 나오는 그들의 날선 말들은 이를 담아내지 못한다. 이렇게 해부된 '가족'은 더 이상 전체로 기능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부분으로 남아있는 '가족'의 흔적을 재구성하여 그것이 '사랑'으로 구성되었는지 '증오'로 이루어졌는지 판단하는 것은 이제 '진실'의 영역이 아닌 '추측'과 '환상'의 영역이다.

 

<어떠한 '진실'이 진정한지는 그만이 알 것이지만, 이는 중요하지 않다.>

'진실'은 존재하지 않고 믿어진다

5. '다니엘'을 포함해 모든 이들은 각자의 '진실'을 결정하여야 한다. '다니엘'을 보호하던 '조에(카미유 루더퍼드 분)'의 말처럼, 진실을 알 수 없다면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니엘'은 자신의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믿기로 결심하고 이러한 믿음에 맞춰 이야기를 만든다. 이러한 이야기는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다니엘'에게 이제는 '진실'이며 이를 듣고 무죄를 결정한 배심원단에게도 '진실'이다. 이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에게는 '진실'이 아니고 자신의 믿음이 '진실'일 것이다. 이렇게 '진실'은 존재하지 않고 결정된다. 

 

6. <추락의 해부>는 '진실'이 실존하지 않고 결정됨을 굉장한 각본을 통해 이야기한다. 이는 비단 영화 내에서만 가치를 갖는 것이 아닌데,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모든 정보를 알 수 없는 우리 사회에서 개인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춰 진실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에게는 이렇게 각자의 믿음 속에서 만들어진 '진실'이 있다.  

 

★★★★☆

 
- 2024년 2월 7일, CGV 일산 7관 에서

 * 2024년 6번째 작품

 
추락의 해부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명 작가 ‘산드라’. 유일한 목격자는 시각장애가 있는 아들과 안내견뿐. 단순한 사고였을까? 아니면 우발적 자살 혹은 의도된 살인? 사건의 전말을 해부해 가는 제7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평점
-
감독
쥐스틴 트리에
출연
산드라 휠러, 스완 아를로드, 밀로 마차도 그라너, 앙투안 레나르츠, 사뮤엘 테이, 제니 베스, 사디아 벤타이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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