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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기억
미야자키 하야오 <벼랑 위의 포뇨> ,아이들의 관점과 노인의 마음으로. (2021-001) 본문
<벼랑 위의 포뇨>, 2008, 100분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대표작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노노케 히메>, <붉은 돼지>, <바람이 분다>
출연 : 나라 유리아, 도이 히로키, 야마구치 토모코 등
*제32회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 수상
1. <벼랑 위의 포뇨>를 보고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느낌은 '찝찝하다'였다. 삶과 죽음의 대조가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극 중 주인공은 아이들이지만, 노인 보호 시설이 주 무대로 등장한다는 점이 첫 번째이다. 또한, 평화로운 바다와 재앙으로서의 바다가 같이 등장한다. 바다는 그 자체로 삶과 죽음을 모두 상징한다. 바다에서는 수많은 생명들이 탄생하지만, 동시에 많은 생명을 앗아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아이들의 집과 이러한 바다가 맞닿아 있고, 아이들이 수많은 과거의 생명체들(인간을 포함한)을 만나며 '삼도천'을 연상시키는 '33'이라고 쓰여있는 터널을 지나는 점은 의미심장하게 보인다. 또한, 포뇨의 아버지가 만든 세상에서 할머니들이 걸어 다니며 '저승'을 언급하는 점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2. 그러한 점에서, 결말부의 희망찬 마무리는 필자에게 상당한 안심을 주었다. 죽음의 경계선을 다녀온 아이들은 다시금 가족들을 만나고, 입맞춤을 한다. 필자의 생각과 다르게, 희망찬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배를 타고 만났던 과거의 사람들이 재난으로 죽었다는 이야기도 없고, 아기는 할머니가 되어서 아직 살아있다는 점도 마찬가지이다.
3. 본 작품은 아이들의 상상을 극화한 느낌도 강하게 풍긴다. 어느 날, 오전에 만났던 물고기(혹은 다른 동물들)를 다시 어디선가 만나는 상상을 해본 기억은 대부분 있을 것이다. 본 작품은 이런 상상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온갖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지만 아무도 이유를 찾지 않는다. 포뇨의 엄마는 마치 신과 같은 존재로 나오지만, 그가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언급되지 않는다. 포뇨의 아버지가 어떻게 인간을 포기했는지도 언급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오전에 풀어준 물고기가 소녀가 되어서 파도 위를 달리며 내게 다가오는 장면은 정말로 아이들의 꿈이자, 어릴 때 내가 꾸었을 법한 꿈같다.
4.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는 '설명되지 않는 것'이 많다. 아이들의 상상은 모든 것의 이유를 찾지 않기 때문에 설명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포뇨가 있는 양동이에 수돗물을 넣는 장면을 보면서 기겁하였던 필자도 어릴 적에는 그러지 않았다. 동시에, 작품 내에는 '죽음'과 관련된 많은 상징들이 등장한다. 앞에서 설명한 장면들과 함께, <붉은 돼지>의 '비행기들의 무덤'을 연상시키는 '배들의 무덤' 장면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붉은 돼지>와 다르게, 배들은 다시금 기능을 되찾아 아이들을 만나러 앞으로 나아간다. 낭만을 좇았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붉은 돼지>와 다르게, 이 작품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아이들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아이들의 관점과 노인의 마음으로 만든 것 같은 작품이다.
★★★☆
- 2021년 1월 5일,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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