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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기억
매튜 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장우산을 들면 따라하고 싶어진다.(2021-002) 본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2015, 128분
감독: 매튜 본
*대표작 : <킥 애스: 영웅의 탄생>,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출연 : 콜린 퍼스, 태런 에저튼, 사무엘 L. 잭슨 등
1. '재밌다',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사로잡은 생각이었다. 정말 재밌는 영화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도, 정말 멋진 장면도, 정말 웃긴 장면도 많았다. B급 감성의 영화가 자주 보여주는 불쾌함도 거의 없었던 반면, 카타르시스는 무척이나 강렬했다. 즉, 기분 나쁘지 않게 재밌는 영화였다.
2. 단순히 재미 말고도, 'Manners, maketh, man'라는 본 영화의 상징적인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본 대부분이 가장 큰 인상을 받았던 이 문장은, 작품이 '신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려준다. 신사를 결정하는 것은 높은 계급이 아니라 '매너', 즉 후천적인 노력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이러한 대사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는 계급주의적 요소를 상쇄한다. 이는, 많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클리셰지만, 표현 방식이 너무 멋있었다는 장점 이외에도 동시에 이후 멋진 장면들을 맘 편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장치로도 볼 수 있다.
3. 카타르시스를 이끌어내는 장면들도 굉장히 치밀하게 느껴졌다. 특히, '해리'가 교회에서 학살극에 휘말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자신까지 허무하게 목숨을 잃는 장면이 그렇다. 교회 내부를 차별주의자들로 채우면서 관객들의 분노를 이끌어낸 뒤, 주인공의 의지가 아닌 악당의 농간으로 '비자발적'인 학살을 보여준다. 그 과정은 굉장히 리듬감 있게 연출된다. 이러한 과정은 카타르시스를 유발한다.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면서 즐거워했다는 약간의 죄책감도 '해리'의 목숨과 함께 사라진다. 결론적으로, 주인공을 통해 멋진 학살극을 벌이면서도 관객들에게 죄책감을 지우지 않도록 해준 것이다.
4. 영화는 시종일관 이런 식으로 관람자의 도덕성을 적당히 시험하는 방식을 통해 재미를 준다. 마지막 장면인 '불꽃놀이' 장면도 마찬가지다. 본 작품 마지막 부분의 상황을 문장으로 쓰면 '수많은 사람들의 머리가 폭발한다'라는 정말 끔찍한 상황으로 그려지지만, 영화는 기발한 발상을 통하여 이를 유머러스하고, 멋있고, 리듬감 있게 표현한다. 정말 재밌는 영화다. 로망을 묘하게 자극하기도 하는 이 영화는, 장우산을 들면 한 번씩은 영화의 장면을 따라 해보고 싶게 하는 욕구를 자아내는 작품이다.
★★★★
- 2021년 1월 8일, 넷플릭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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