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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기억
류승완 <모가디슈>, '소말리아'라는 배경에서만 할 수 있는 긴장감 넘치는 탈출극. 본문
<모가디슈>, 2021, 101분
감독 : 류승완
*대표작 : <베테랑>, <베를린>, <부당거래> 등
출연 :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등
*제42회 청룡영화상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허준호), 미술상
1.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다. UN 가입을 위한 목적으로 소말리아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는 노력을 보이는 모습에서 시작해, 갑작스러운 반군의 수도 침입으로 모가디슈에 고립되고, 이후 어렵게 모가디슈를 탈출한다. 그 과정에서 경쟁 관계에 있던 북한 대사관 직원들을 도와주기도 하는 등 다양한 상황들을 긴장감 넘치게 묘사한다. 본 영화는 이러한 모든 사건들을 유기적으로 엮었으며, 사이사이 류승완 감독 특유의 유머를 섞어 지루함을 줄인다.
2. 가장 인상적인 점은 작품이 갖고 있는 분위기다. 소말리아라는 타국에 놓여진 한국인이 느끼는 '낯섦'이 스크린 너머로도 전달될 정도로 실감나게 묘사한 점이 대표적이다. 소말리아 시장에서 볼 수 이국적인 풍경, 테러에도 담담한 주인공들의 모습 등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또한, 내전의 실상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점이 참혹한 전쟁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도록 만든다. 이러한 작품의 분위기는 극이 진행되는 내내 유지되는 긴장감과 어우러져 본 작품 특유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또한, 내전을 겪은 남한과 북한의 개인이 타국의 내전 상황에서 서로를 의지하는 점도 묘한 느낌을 준다.
3. 작품의 하이라이트 장면인 카체이싱 장면은 정말 좋았다. 등장인물 하나의 멍청한 행동을 통해 사건의 계기를 만드는 방식의 각본은 다소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분명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현실적인 소재와 소말리아의 문화가 가미된, 색다르고 멋지고 동시에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을 만든 점이 신선하였기 때문이다. 책 등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한 부분과, 이슬람교 특유의 문화인 메카에 대한 기도 등을 카체이싱 장면에 반영한 부분이 대표적인 부분이다. 또한, 카체이싱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세력이 대치하는 가운데 놓여진 주인공 일행의 모습이 작품 전체를 압축한 느낌을 주어 인상 깊게 느껴졌다.
4. 이외로, 영화의 디테일한 요소들도 좋았다. 한국에서 행해졌던 학생 운동에 대한 언급과 당시 소말리아 집권 세력이던 '사레' 정권의 부정부패에 대한 묘사 등등 세밀한 부분이 꽤 흥미로웠다. 또한 영화의 깔끔한 서사 전개도 인상 깊었는데,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신파를 배제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오히려 실제 사건보다도 의식적으로 신파를 배제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구교환 배우가 분했던 태준기 참사관이 죽음을 맞이할 때, 너무 담담하게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5. 전체적으로, 본 작품은 상영 시간 내내 '탈출'이라는 한 방향으로 발산해가며, 긴장을 유지해 결말에 도달하는 깔끔한 작품이다. 또한, 현재(2021년 기준) 탈레반에게 함락된 카불의 모습이 본 영화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꽤나 들어 영화가 더욱 인상 깊으면서도, 동시에 현재 카불의 상황이 이와 비슷할 것 같다고 생각하니 그만큼 마음이 아팠다.
E. 사실, 이 영화를 정말 보고 싶었던 것은 구교환 배우의 존재가 컸다. <꿈의 제인>, <메기>에서 본 구교환 배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본 작품에서도 상당히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만, 그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대신, 허준호 배우의 연기가 상당히 기억에 남는다. 조인성, 김윤식 배우의 존재도 정말 좋았다. 배우들의 열연이 작품의 재미를 더한 느낌이다.
★★★☆
- 2021년 8월 23일, 메가박스 파주출판도시 6관 에서.
* 2021년 19번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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