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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기억
션 헤이더 <코다>, 가족의 사랑 속에서 가족을 벗어나 날개를 펴다. 본문
<코다>, 2021, 111분
감독 : 션 헤이더
* 대표작 : <탈룰라>
출연 : 에밀리아 존스, 퍼디아 월시-필로, 말리 매트린, 트로이 코처, 다니엘 듀런트 등
*제94회 미국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 남우조연상(트로이 코처), 각색상
1. 상당히 뻔한 전개로 흘러간다는 생각이 든 작품이었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던 주인공이 우연스럽게 자신의 꿈을 깨닫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해주는 (약간 특이한 성격의) 조력자를 만나고 꿈을 향해 나아간다. 여러 시련을 겪으면서 꿈에 대한 의지가 흐릿해지지만, 가족들의 지지로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되고 목표를 이룬다. 우연히 꿈을 알게 해준 첫사랑과도 친해지고, 곧 연인이 된다. 본 작품은 이렇게 관객들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본 영화는 다른 영화들과의 큰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CODA(Children Of Deaf Adult, 농인의 청인 자녀)와 농인 가족들의 시선을 감동적으로 담았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는 '뻔한 전개'가 '편한 전개'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고, 동시에 작품을 감동적인 힐링 영화로 느껴지게 해준다.
2. 프랑스 영화인 <미라클 벨리에>의 리메이크작이기도 한 본 작품은, 농인 가족의 삶을 지탱해주던 청인 자녀의 성장담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루비'는 어업을 하는 가족들에게 '귀' 역할을 해주는 존재다. 뱃일을 도우면서 학교까지 다니던 '루비'는 졸업을 앞두고 자신이 음악에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되고, 음악으로 유명한 버클리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된다. 이를 지원해주는 선생님도 만났지만, 자신이 없으면 가족들이 큰 고생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이를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루비'의 공연에서 큰 감명을 받는 관객들을 본 가족들은 '루비'를 더 넓은 세상으로 보내고자 결심하고, '루비'의 꿈을 지원해준다.
3. 영화는 이 과정에서 겪는 여러 사건을 농인과 청인의 입장에서 모두 그려낸다. '루비'의 공연 장면이 대표적이다. '루비'의 가족들은 '루비'의 노래를 듣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주변의 반응을 보고 '루비'의 노래가 타인에게 감동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는 공연 장면을 아름답게 그리다가, 이어서 소리를 모두 제거하여 가족들의 시점을 그려내는 방식으로 이를 표현한다. 그들의 시점은 '루비'의 노래에 감동 받은 주변 사람들을 향해 있다. 공연이 끝난 후, '루비'의 아버지는 '루비'가 들려준 노래의 감동을 느끼고 싶어하고, '당신은 내게 소중한 존재에요'라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는 '루비'의 성대에 손을 갖다대는 방식을 통해 감동을 느낀다. 위 장면과 비슷하게, 영화는 그들의 시점에서 가족애를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오디션에서 노래를 하는 '루비'가 가족들을 발견하고 수화로도 노래를 하는 장면. 꿈을 포기하려는 '루비'에게 '루비'의 오빠가 '우리 가족은 너 태어나기 전에도 잘 살았다'며 꿈을 좇기를 권하는 장면. 떠나가는 '루비'에게 수화로 작별 인사를 하는 장면 등이 그렇다.
4. 동시에, 본 영화는 이러한 상황에 놓인 '루비', 즉 CODA가 겪는 갈등을 그려낸다. '루비'는 농인인 가족들을 걱정하지만, 동시에 짜증을 내기도 한다. 가족 내에서 유일하게 들을 수 있다는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큰 짐을 지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루비'의 부모는 '루비'에게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루비'는 이러한 부모의 모습을 보며, 가족들이 자기 없이 잘 살아나갈지 걱정하면서도 동시에 자신도 가족들로부터 해방되고 싶어한다. 이는, 작품 내에서 '법'을 어기는 방향으로 표현된다. 첫사랑인 '마일스'와 수영금지구역에서 수영을 하는 점이 대표적이다. OST 중 'I fought law'도 이러한 맥락에서 삽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루비'의 오빠인 '레오'가 말했듯, 가족들은 '루비'가 지켜줘야하는 존재가 아니다. 영화는 '루비'가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과, 가족들이 '루비' 없이 세상으로 다시금 나아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5. '루비'는 자신의 가족이 농인이라는 사실을 피하지 않게 되고, 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목소리에 담을 수 있게 해준다. 노래가 본인에게 무엇이냐는 '미스터V'의 질문에 '루비'에게는 모어인 수어로 답하였던 것의 연장선이며, 동시에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족들도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루비'의 어머니는 '루비'가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기분이 어땠냐는 '루비'의 질문에, 사실은 가슴이 철렁했다고 말한다. 소통을 하지 못 해 올바른 어머니가 될 수 없을 것 같아서 무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비'의 가족들은 '루비'의 진심을 알게 되고, 가족으로서 '루비'의 꿈을 지지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굉장히 감동적이다. 영화는 다소 뻔한 전개를 보여주지만, 이는 본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감동을 편하게 받아들이게 해준다. 극후반부, '루비'의 아버지는 루비에게 'Go'라고 외치고, '루비'는 수화로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면서 수화가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따뜻하고 감동적인 영화였다.
★★★☆
- 2021년 9월 8일, 메가박스 파주운정 6관 에서.
* 2021년 21번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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