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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기억
영화 <후쿠오카> 리뷰, 가능성들이 가득한 꿈 속에서 후회를 어루만진다. (넷플릭스, 해석, 몽환) 본문
<후쿠오카>
감독 : 장률
* 대표작 :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망종>, <두만강> 등
출연 : 권해효, 윤제문, 박소담 등
매체 평점(2024.01.19. 기준)
왓챠피디아 : 3.1 / 5.0 (5,939만 명)
키노라이츠 인증회원 지수 : 85.9%
씨네 21 : 5.75 (4명)
IMDb : 6.6 / 10
* 관람 가능한 OTT :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2024. 01. 19. 기준)
* 본 리뷰는 작품의 스포일러를 다소 포함하고 있습니다.
0. <후쿠오카>는 직설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작품이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는 작중 주인공 '소담(박소담)'의 대사를 인용하면 몽환적인 느낌이 강한 작은 소동극으로 보이고, 이를 세세히 분석하려고 하면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기 때문이다.
1. 본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환상적 리얼리즘'이다. 작품은 극이 진행되는 동안 주인공들의 행동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작중 자주 등장하는 음주 장면이 실제로 술을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본 작품은 캐릭터들의 행동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작품은 비현실적인 사건들을 꾸준히 등장시킨다. 상대의 언어를 알지 못하는 등장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언어를 사용하며 대화한다거나, 후쿠오카에서 '해효(권해효 분)' 및 '제문(윤제문 분)'과 함께 있던 '소담'이 '제문'의 서점으로 건 전화벨 소리를 서점 안에 있는 '제문'과 '해효'가 이를 듣고 있는 등의 장면이 대표적이다.
2. 작품 내 녹아있는 '환상적 리얼리즘'의 색채로 인해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꿈을 꾸는 느낌이 든다. 특히, 작중 많이 활용된 핸즈헬드 기법이 이러한 느낌을 더욱 크게 느끼게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들다가도, 이에 대처하는 등장인물들의 행동들이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점은 <후쿠오카>를 '환상적 리얼리즘'의 색채가 강한 작품임을 입증한다.
3. 이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소재는 '가능성'이다. 오래전 '순이'를 두고 갈등하였던 '해효'와 '제문'에게 '소담'은 '둘 모두와 만난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런 가능성마저 생각했던 '해효'와 '제문'은 연극을 통해 이를 실제로 구현하고, 부정적인 감정을 내비친다. '가능성'을 '실체화'한 이러한 연극을 통해 그들은 오래 묵은 미련을 떨쳐낸다. 영화는 이렇게 '가능성'으로 인해 생긴 후회는 직접 마주하였을 때 해소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4. 작품은 이러한 가능성을 내내 관객에게 제시한다. 초반부 '해효'와 '제문'이 벙어리라고 했던 한 손님은 '소담'의 말처럼 그저 말을 하고 있지 않던 것이었듯, 작품은 관객에게 수많은 가능성을 제시하며 이를 실체화하기도 한다. 이는 작중 세계를 사후세계처럼 보이도록 하는데, 작중에서는 시공간이 무의미하며 소통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렇듯 무의미하고 자유로운 세계 속에서야 주인공들은 서로의 속내를 드러내며 후회를 어루만질 수 있다. 마치 모든 것이 무의미한 사후 세계에서 어떠한 후회도 의미 없듯 말이다.
5. 꿈속에서는 모든 것이 자유롭다. 사후 세계에서도 아마 그럴 것이다. <후쿠오카>는 꿈 속에서 가능성과 이로 인한 후회를 실체화시키며 동시에 어루만지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본 작품은 단순한 소동극으로도 볼 수 있다. 우리가 꾸는 수많은 꿈은 하나의 소동극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꿈들의 끝에서 만나는 사후 세계에서는 우리가 가진 모든 후회를 어루만질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우리를 위로한다.
★★★☆
- 2023년 1월 23일, 넷플릭스 에서
* 2023년 2번째 작품
- 같이 보면 좋을 글
- 몽환적인 느낌에서 전해지는 위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벼랑 위의 포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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