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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리뷰, 인간과 자연 사이의 균형과 항상성을 담은 관조적인 시선 (영화, 결말, 해석) 본문
하마구치 류스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리뷰, 인간과 자연 사이의 균형과 항상성을 담은 관조적인 시선 (영화, 결말, 해석)
새시 2024. 4. 11. 01:29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悪は存在しない>
- 영화 정보 -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 대표작 : <아사코>,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 <해피 아워> 등
출연 : 오미카 히토시, 니시카와 료, 코사카 류지, 시부타니 아야카 등
매체 평점(2024.04.07. 기준)
왓챠피디아 : 3.9 / 5.0 (7,211 명)
키노라이츠 인증회원 지수 : 95.92%
로튼토마토 : 92% (63 명)
메타크리틱 : 79점 (18 명)
IMDb : 7.2 / 10
* 제80회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
* 관람 가능한 OTT : 없음 (2024. 04. 07. 기준, 상영 중)
* 본 리뷰는 작품의 스포일러를 다소 포함하고 있습니다.
- 영화 리뷰 -
'하마구치 류스케'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연에는 악이 없다'는 명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품이다.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는 이제는 뻔하게 느껴지는 이 명제에서 더욱 나아가 관객에게 생각거리를 제공하는데, 이러한 걸음의 중심에는 '균형'이 있다. 그의 세계 속에서 자연은 저울과 같아서 일정 수준의 균형 하에서 유지되어야 한다. 사소한 침입도 이러한 균형을 조금씩 무너뜨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은 한쪽을 덜어낸다. 갑작스레 진행되는 이러한 과정에 선악이라는 개념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자연에게 부여되는 카메라
영화는 시선의 주체를 자연에 놓는다. 대표적인 장면은 '타쿠미(오미카 히토시 분)'가 땅와사비를 발견한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카메라는 땅에 위치하는데, 마치 땅와사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만 같다. 이렇게 자연은 계속 시선의 주체로 자리하는데, 물을 길어가는 '타쿠미'의 차 뒤에 카메라가 위치하는 장면은 길어진 물의 시선이며, 도입부와 결말부에서 하늘을 향하며 느릿하게 흘러가는 시선은 사슴 혹은 냇물의 시선이다.
이렇게 자연에 놓여있는 카메라는 현지인과 외지인을 공평하게 바라본다. 외지인의 글램핑장으로 인해 마을의 물이 오염되고 화재를 우려하는 마을 사람들은 자연에게 마찬가지로 외지인이다. 근본적으로는 다르지 않은 것이다. 자연에 위치에 놓여있는 카메라는 이들에게 선악을 규정하지 않는다. 글램핑장 설명회에서 악인처럼 보였던 외지인들은 실제로 악의는 전혀 없었고, 상부의 명령으로 원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설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타카하시(코사카 류지 분)'는 오히려 자연에 감화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이렇게 자연에 입장에서 바라보며, 선악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현지인도 자연에서는 결국 외지인이다.
글램핑장 설명회에서 현지인들은 외지인들에게 자연의 균형을 깰 수 있다고 언급한다. '타쿠미'의 대사인 '중요한 것은 균형이야'가 대표적이다. 언듯 이러한 균형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인다. 초반부 자연의 시선에서 보이는 마을의 풍경이 평화로운 것은 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현지인들도 균형에 약간의 무리를 주는 점이 드러난다. 설명회에서 정화조의 위치와 용량을 언급하였지만 그들도 소똥을 상당한 양 쌓아두었고, 총기를 통해 사슴을 사냥하고 있었다. 그들 역시 자연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이다. 자연에게는 그들 역시 외지인이다.
균형을 지키기 위한 항상성
'타쿠미'의 대사처럼 균형은 중요하다. 허나 균형은 갑자기 무너진다. 자연은 이를 다시 맞추기 위한 항상성을 가지고 있다. '타쿠미'의 딸 '하나(니시카와 료 분)'가 희생된 것은 이러한 항상성의 결과이다. '타쿠미'가 말한 것처럼,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사슴은 자식이 다치면 공격한다. 총기로 인해 다친 사슴의 부모가 '하나'를 공격하는 것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자연의 행위인 것이다. 이러한 항상성은 '타카하시'에게도 적용된다. 자신의 딸이 희생된 현장에서 부모인 '타쿠미'는 옆에 있는 '타카하시'를 공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행위의 원인과 결과에는 선과 악이 없다.
균형이 무너진 자연은 냉혹하다. 사라진 '하나'를 찾는 과정을 담은 장면에서, 초반부 평화롭게 연출되었던 자연은 굉장히 냉혹하게 그려진다. 영화는 그 차이를 외지인의 존재에서 기인한 것처럼 그려낸다. 평화롭던 초반부가 후반부에는 외지인들이 얹어진 채 동어반복되며, 평화롭게 끝났던 초반부와는 달리 후반부의 결말은 격렬하기 때문이다. 허나, 영화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도 동봉한다. 그 외지인들이 한 것은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그들의 존재가 약간의 균열을 주었을 수는 있겠지만, 이전부터 균형은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의 희생에 가장 큰 원인인 사슴이 총에 맞은 상태였다는 점과 본 장면에서 흐르는 물이 이전 장면들과 다르게 인공 수로를 흐르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균형에 대한 논점을 관조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다. 자연에 놓여있는 카메라는 놀랍고도 무심하게 느껴지지만, 균형이 유지하는 항상성의 과정은 격렬하게 다가온다. 과정이 격렬한만큼 충격은 강하고, 해석은 다양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작품이다.
★★★★
- 2023년 4월 5일,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7관 에서
* 2024년 12번째 작품
- 같이 보면 좋을 글
-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전작, <드라이브 마이 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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