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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하마구치 류스케 <드라이브 마이 카>, 그래도 살아갈 것이라는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따뜻한 위로. 본문

영화 리뷰/2022년 관람작 리뷰

[영화 리뷰] 하마구치 류스케 <드라이브 마이 카>, 그래도 살아갈 것이라는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따뜻한 위로.

새시 2023. 12. 23.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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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마이 카 장면

<드라이브 마이 카>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대표작 : <아사코>, <해피 아워>, <우연과 상상>

출연 : 니지시마 히데토시, 미우라 토코, 오카다 마사키, 키리시미 레이카, 박유림 등

매체 평점(2023.12.20. 기준)

왓챠피디아 : 4.0 / 5.0 (4.7만명)
키노라이츠 인증회원 지수 : 92.22%
씨네21 평점 : 8.5 (6명)
로튼 토마토 : 97% (214명)
메타크리틱 :  91점 (42명)
IMDb : 7.5 / 10

 

*제74회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
*제94회 미국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수상

 
0.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이전 작품인 <아사코>는 필자에게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불안'이라는 존재를 다루는 모범적인 답변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창 불안과 싸우며 살아가던 당시의 필자에게 <아사코>는 구원처럼 다가왔고 여전히 즐겨보기도 하는 작품이다. 감독의 신작 <드라이브 마이 카> 역시 큰 위로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1. 영화는 프롤로그를 길게 설정한다. 프롤로그는 주인공 '가후쿠(니지시마 히데토시 분)'와 그의 아내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이는 약 40분 정도의 러닝타임을 갖고 있다. 영화는 이러한 빌드업을 통해 '가후쿠'의 상처가 왜 쉽게 치유될 수 없는지에 대해 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2. 작품은 '진실을 마주하면서 얻게 되는 상처'가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보다 결코 클 수 없음을 '가후쿠'를 통해 보여준다. 감독의 전작인 <아사코>와 비슷하게도 느껴지는 부분인데, 본 작품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는 <아사코>와는 다르게 불안을 직면할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막막한 상황 속에서, 주인공들은 상대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기로 되뇌이며, 그저 열심히 살아가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떠난 이들에 대한 의문은 죽음 이후에 '힘들었다' 말하자며 말이다. 극 중 인물 '이유나(박유림 분)'이 수어로 표현하는 이러한 결론은 마치 구원과도 같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3. <아사코>는 '바쿠'가 '아사코'에게 남긴 감정들을 통해 서사를 이끌어내는 것처럼,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는 주인공의 아내 '가후쿠 오토(키리시미 레이카 분)'가 주인공에게 미처 말하지 못 한채 떠난 진실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남겨진 감정들을 이렇듯 잘 활용하여 이야기를 그려내는데,  이러한 감정을 제어하려기보단 흐름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흐름의 끝에서 느껴지는 구원이 굉장히 따뜻하고 감동적이었다.



드라이브 마이 카 장면 2


4. 주인공과 아내는 둘 사이의 하나 뿐인 딸을 4살이 되던 해 폐결핵으로 떠나보냈다. 이후 더 이상 아이를 잉태할 수 없게 된 '오토'는 남편과의 섹스를 통해 오르가즘 한 가운데서 이야기를 잉태하게 된다. 하지만, 아내가 마지막으로 잉태한 이야기는 그의 죽음으로 인해 온전하게 주인공에게 전달되지 못 하게 된다. 이 마지막 이야기는 불륜으로 인한 죄책감과 이를 남편에게 고백하고자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를 아내의 내연남인 '다카츠키'에게 들은 주인공은 이를 같이 듣게 된 운전수 '미사키(미우라 토코 분)'의 옆에 비로소 앉게 된다. 비슷한 아픔을 가진 둘 사이의 심리적 장벽이 무너지는 장면이며, 동시에 아내의 죽음 이후 비워둔 아내의 자리에 본인이 앉음으로써 피하고 있던 감정을 마주하기로 한 것이다.

5. 그들은 이후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서로가 떠나보냈던 사람들의 잘못 또한 받아들이기로 한다. '가후쿠'가 피해다녔던 진실을 마주하였을 때, 그 진실을 마주함에도 아내가 보고싶다는 진심을 깨닫고 오열하는 장면은 영화의 주제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아내를 여전히 사랑하기에 화를 내고 싶다는 본심은 엔딩 장면과 이어져 감정의 승화를 이루어내는데, 작중 주 소재인 '바냐 이야기'의 마지막 대사인 '그래도 살아가야한다'를 수어로 표현하는 장면은 구원과도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6. 본 작품은 '언어'라는 소재를 인상적으로 다룬다. 극 중에서 '바냐 이야기'가 다양한 언어로 진행되는데, 진심은 언어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수어로 진행되는 장면들은 굉장히 인상적인데, 침묵을 이용해 몸짓과 풍경으로만 감정을 더 풍부하게 전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

 

 
- 2022년 1월 10일, 메가박스 파주출판도시 5관 에서

 * 2022년 1번째 작품
 

드라이브 마이 카 썸네일
드라이브 마이 카
누가 봐도 아름다운 부부 가후쿠와 오토. 우연히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가후쿠는 이유를 묻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2년 후 히로시마의 연극제에 초청되어 작품의 연출을 하게 된 가후쿠.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를 만나게 된다.말없이 묵묵히 가후쿠의 차를 운전하는 미사키와 오래된 습관인 아내가 녹음한 테이프를 들으며 대사를 연습하는 가후쿠. 조용한 차 안에서 두 사람은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서로가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눈 덮인 홋카이도에서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은 서로의 슬픔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평점
7.1 (2021.12.23 개봉)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출연
니시지마 히데토시, 미우라 토우코, 오카다 마사키, 키리시마 레이카, 박유림, 진대연, 소냐 위엔, 안휘태, 아베 사토코, 페리 디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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