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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기억
[영화 리뷰] 토마스 빈터베르 <어나더 라운드>, 삶은 술처럼 희로애락이 가득하다. 본문
<어나더 라운드>
감독 : 토마스 빈터베르
* 대표작 : <셀레브레이션>, <더 헌트>, <쿠르스크> 등
출연 : 매즈 미켈슨, 토마스 보 라센, 마그누스 밀랑, 라스 란데 등
매체 평점(2023.12.20. 기준)
왓챠피디아 : 3.7 / 5.0 (1.6만명)
키노라이츠 인증회원 지수 : 96.29%
씨네21 평점 : 6.8 (5명)
로튼 토마토 : 93% (228명)
메타크리틱 : 79점 (34명)
IMDb : 7.7 / 10
*제93회 미국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수상
0. 술을 좋아하는 이들은 술에 취한 채 하루를 살아가는 상상을 해보았을 것이다. 술에 취하면 판단력이 흐려지게 되는데, 이는 사람을 과감하고 걱정을 덜 하도록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글을 쓰는 등 가벼운 활동을 할 때 맥주 한 잔과 함께 하고 싶다는 열망을 강하게 느낀 적이 잦기도 하다. 본 작품 <어나더 라운드>는 이러한 발상을 다룬 한 심리학자의 가설을 실제로 생활에 적용해보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1. <어나더 라운드>는 여러 이유로 인해 삶에서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주인공들이 술의 취기를 빌려 삶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과 그 결과를 그려내고 있다. 인간은 항상 0.05%의 혈중알콜농도가 있어야하지만 이것이 항시 부족하다는 한 심리학자의 가설이 작중 등장하는데, 주인공들은 이러한 가설을 생활에 적용해 정체된 삶에 활력을 더하고자 한다. 실험 초기, 이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 줄어든 망설임과 더해진 창의성으로 인해 주인공 '마르틴(매즈 미켈슨 분)'은 무력감이 느껴지던 과거의 모습을 벗어나 학생들의 신뢰를 얻게 되는 결과를 얻는다. '마르틴'의 가족은 이러한 변화를 겪은 남편과 아버지를 환영한다. 같이 실험에 동참한 '마르틴'의 친구들도 긍정적인 변화를 겪는다. 이렇게 그들의 실험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2. 하지만, 그들의 실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들은 혈중 알콜 농도를 더 높여서 더 높은 경지에 올라보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실험의 끝은 좋지 않다. 아내와 다툼을 하게 된 '마르틴'은 별거를 겪게 되고, '톰뫼(토마스 보 라센 분)'는 알코올 중독에 빠진 끝에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그들은 희로애락을 초월하려고 했지만, 희로애락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3. 인생은 희로애락의 반복이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언젠가는 끝나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의 삶이 실험을 거쳐가며 나아지고 있었던 것은, 술의 힘만으로 이루어진게 아니다. 삶을 개선하고자하는 노력이 술이라는 계기로 인해 빛을 발했을 뿐이다. 영화는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중요한 것은 '삶' 그 자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먼저 세상을 떠난 '톰뫼'를 애도하는 자리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졸업생들의 기쁨을 함께하고, '마르틴'이 아내와 다시 만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기쁘게 나누면서 슬픈 일을 겪었던 '톰뫼'를 생각하는 것처럼 희로애락은 언제나 함께 하기 때문이다. 술이 항상 그 옆에 있는 것처럼.
4. 술은 대상과 판단에 대한 느낌을 바꿀 수는 있지만, 본질을 바꾸지는 못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변화에도 의미는 있다. '톰뫼'는 술로 인해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친구들은 그를 기리며 술을 마신다. 현실이 그를 알콜 중독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희로애락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고, 술을 통해 이러한 모든 순간을 만끽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바다가 '톰뫼'의 슬픔을 감싸안고, '마르틴'의 기쁨을 끌어안은 채 고고하게 존재하듯이 말이다. 이러한 점에서, 마지막 장면 '마르틴'의 춤은 희로애락과 삶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절절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5. 영화의 이러한 메시지와 별개로, 본 작품은 술을 당기게 하는 작품이다. 술에 대한 세세한 묘사가 더욱 이를 잘 보여주고, 덴마크 맥주인 '칼스버그'를 맛깔나게 들이키는 '매즈 미켈슨' 배우의 모습도 술에 대한 욕구를 자극한다. 동시에, 핸즈 헬드 기법의 잦은 사용을 통해 취기도 느껴지는 작품이다. 술에 대한 욕망과 숙취로 인한 고통 모두 그려낸 본 작품은 그러면서 동시에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작품이다.
★★★☆
- 2022년 2월 6일, 명필름 아트센터 에서
* 2022년 2번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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