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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기억
미야자키 하야오 <바람이 분다>, 모순덩어리 세상 속에서의 꿈은 얼마나 모순적인가. 본문
<바람이 분다>, 2013, 126분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대표작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노노케 히메>, <붉은 돼지>, <벼랑 위의 포뇨> 등
출연 : 안노 히데아키, 타키모토 미오리
1. '모순', 작품을 보면서 가장 강하게 드는 느낌이었다. 언뜻 보면 굉장히 아름다운 영화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비행기에 대한 주인공 '지로'의 순수한 꿈은 아름답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비행기는 많은 이들을 파멸로 이끈다. 주인공은 그의 아내 '나호코'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요양이 필요한 '나호코'를 옆에 붙잡아둬 병세를 악화시킨다. 하지만, 영화는 모순적이게도 이 모든 것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2. 나중에 번복하였지만, 본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은퇴작이라고 공언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투영되어 있다. 다양한 작품와 인터뷰를 통해 반전주의자임을 명확히 밝혔던 그는, 동시에 '밀덕(밀리터리 덕후)'이라 불릴 정도로 무기에 대한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존재였다. 본 작품은 이러한 모순에서 오는 그의 고민이 담겨 있는 작품인 것이다.
3. 그렇기에, 본 작품은 아름답고 모순적인 작품이다. 시대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 시대에 향수를 느끼는 이들의 모순적인 마음을 그려낸 것이다. 본 작품에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던 것은 모순에서 오는 공허함 때문이다. 영화 내에서. 시대적 분위기는 굉장히 낭만적이고, 시대에 대한 평가는 냉소적이다. 전체적으로 '꿈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부정적 현실을 인지하지 않고 '꿈'이라는 낭만을 좇으려는 '지로'의 모습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영화는 상당히 낭만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꿈에 대한 그의 열정은 순수하였기 때문이다.
4. 영화는 자연스레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시대에 저항하지 않고, 자신만의 꿈을 추구한 사람들에게 구원을 주는 영화인가. 사상과 취미가 모순적이었던 본인을 용서하는 영화인가. 많은 생각 끝에,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기에는 작품에 모순적인 부분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5. 오히려, 이러한 모순을 마주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많은 비난을 몰고 올 것은 자명했기 때문이다. 감독은 이러한 비난을 감수할 정도로, 이러한 모순에 많은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독의 전작 <붉은 돼지>에서 전쟁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있는 '포로코'는 돼지로 묘사되어 인간으로서 받을 죄를 스스로에게 담아내 비판을 피해갔지만, 본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하여 비판을 각오한 점도 이를 보여준다.
6. 그렇기에, 본 영화는 굉장히 솔직한 작품이다. 굉장히 유사한 소재를 사용한 <붉은 돼지>는 본인의 가치관을 이상적으로 그려낸 작품이지만, 그만큼 현실적이지 않은 작품이었다. 이에 반해 <바람이 분다>에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가진 모순을 솔직하게 마주하고, 비난을 각오하며 그가 택한 모순을 그려낸 작품이다. 그렇기에 '지로'는 굉장히 모순적으로 그려진 것이다. 그렇기에, 본 작품은 죄책감을 마주하고 비난을 감수할 정도로 솔직한 작품이다. 동시에, 이를 통해 큰 여운을 주는 아름답고 모순적인 작품이다.
★★★★☆
- 2021년 5월 25일, 넷플릭스 에서
* 2021년 12번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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