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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기억
클로이 자오 <이터널스>, 광활한 풍경을 배경으로 개개인의 서사를 정적으로 그려내는 작품. 본문
<이터널스>, 2021, 155분
감독 : 클로이 자오
* 대표작 : <노매드랜드>, <로데오 카우보이>, <도터스> 등
출연 : 리처드 매든, 젬마 찬, 마동석, 쿠마일 난지아니, 안젤리나 졸리 등
0. <이터널스>. '마동석' 배우가 주연을 맡은 작품이며,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의 연출작이다.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조합이지만, 영화가 개봉한 이후 반응은 미지근했다. 그러나, 직접 관람하였던 본 작품은 꽤 괜찮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1. 본 작품에서 가장 크게 받았던 느낌은, 기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영화들과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었다. 꽤나 정적인 전개를 보여주었으며, 광활하고 멋진 풍경들이 이러한 전개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이는 과거의 특정 사건을 통해 개개인의 서사를 진행시키는 전개를 통해 보여지는데, 이를 멋진 풍경과 아름다운 미술을 통해 그려낸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흩어진 '이터널스' 멤버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하여 이야기를 이끌어낸다는 점은 '클로이 자오' 감독의 전작 <노매드랜드>에서 중요한 소재로 다뤄지는 '여정'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각 등장인물이 내면을 마주한다는 점은 본 작품을 '로드무비'로도 느껴지게 해주었다.
2. 이러한 과정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진실과, 이러한 진실이 빚어내는 내면의 갈등을 그려내는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지구의 모든 생명을 앗아가여 이를 뛰어넘는 수의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는 현상인 '이머전스'를 위해 '이터널스'가 존재하였다는 진실은 그들이 지구에서 수 많은 생명들을 구해가며 생긴 '인간성'과 필연적으로 갈등하게 된다. 이러한 인간성을 지구 역사의 주요 순간들을 통하여 관객들에게 드러내는 방식이 인상적이었고, 여기서 만들어지는 갈등과 결론을 표현하는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카리스'가 갈등 끝에 '에이젝'을 죽이고 오열하는 장면과, 지구를 구하려는 다른 '이터널스'와 대립하면서도, 결국 마지막에는 사랑하는 '세르시'를 막는 것을 포기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는 마지막 순간 '이카리스'의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려졌고, 또한 캐릭터의 모티프인 '이카루스'처럼 태양을 향해 뛰어드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완성된다.
3. 영화 후반부에서는 게임 <데스 스트랜딩>이 많이 생각났다. 특히 '이카리스'에게서는 <데스 스트랜딩>의 악역인 '아멜리'가 강하게 느껴졌든데, '지구 멸망'이라는 공통된 사명을 가지고 있지만 지구에서 얻은 관계를 통해 얻게 된 인간성으로 인해 이를 포기하는 모습에서 공통점을 느꼈기 때문이다. <데스 스트랜딩>에서 굉장한 감명을 받았던 필자에게는 이러한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4. 본 작품은 전체적으로 '인간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등장인물들을 통해 제시하는 작품이다. 위에서 언급한 '이카리스'의 경우를 포함하여, 어린 외모로 인해 할 수 없었던 '사랑' 같은 것들에 대한 큰 갈망을 보이는 '스프라이트', 수 많은 '이머전스'를 도와 수 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이를 넘는 생명을 만들어냈으면서도 인류의 모습에 감화되어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택을 했던 '에이잭'까지, 이들은 지구에서의 삶에서 만들어진 인간성으로 인해 고민하는 모습을 내내 보여준다. 영화에서 제시되는 이러한 고민들은, 인류보다 우월한 존재로 보여지는 '이터널스'도 결국 인류와 다를 바 없는 고민을 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5. 영화의 캐릭터들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발리우드 배우로 살아가는 '킨고'는 정적인 분위기에 유머를 얹어 너무 무겁지 않게 해주며, '드루이고'는 염세적인 모습과 인간적인 모습의 공존이 기묘한 매력을 준다. 한국 배우 '마동석'이 분한 '길가메시'도 한국 영화에서 '마동석'이라는 배우가 보여주는 매력을 뽐내면서도, 보호자라는 작중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 감동과 매력을 선사한다. '마카리'의 경우 귀가 안 들린다는 특징을 갖고 있지만, 역으로 수다쟁이 느낌이 나도록 연출된 점이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킨 느낌이었다.
6. 전체적으로 재밌는 작품이었다. MCU의 기존 영화들에 비해 크게 정적인 느낌이 강했지만, 이러한 점이 캐릭터들의 서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하여 '이터널스'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게 해준다. 본 작품은 이러한 서사와 더불어 수려한 비주얼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
- 2021년 11월 17일, CGV 천안펜타포트 4관 에서
* 2021년 26번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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