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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소 쿠아론 <그래비티>, 인간에게 가장 먼 곳에서 삶의 의지를 찾는 '체험'으로 다가온다. 본문

영화 리뷰/2021년 관람작 리뷰

알폰소 쿠아론 <그래비티>, 인간에게 가장 먼 곳에서 삶의 의지를 찾는 '체험'으로 다가온다.

새시 2023. 5. 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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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2013, 90분

 

감독 : 알폰소 쿠아론

*대표작 : <칠드런 오브 맨>,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로마>

출연 :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애드 해리스 등

 

*제86회 미국아카데미시상식 감독상, 시각효과상, 음악상, 음향믹싱상, 음향편집상, 촬영상, 편집상 수상

 

 

0. 본 작품을 처음 관람한 장소는 영상자료원 파주지원 내 DVD 관람시설이었다. 영화관 스크린에 비하면 매우 작은 TV 화면으로 본 작품을 보면서, 이 작품을 영화관의 스크린으로 보지 못 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그 이후 4년 뒤, 본 작품의 재개봉으로 인해 그 때의 아쉬움을 풀 기회를 얻게 되었다.

1. 본 작품은 여타 작품들보다도 '체험'적인 측면에서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우주에서의 작업을 그려낸 13 여 분의 롱테이크 장면을 시작으로, 사고를 당해 회전하며 날아가는 주인공을 보는 카메라가 자연스레 주인공의 시선으로 넘어가는 장면 등등으로 구성된 도입부에서 느낄 수 있듯, 영화 전체가 '체험'으로 가득하다. 훌륭한 사운드는 이러한 체험의 강도를 더욱 높여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주 공간에서 사투를 벌이는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또한, 상영시간 중 대부분에 주인공 '라이언 스톤'만 등장하는 점도 이러한 몰입감을 돕는다.​

2. 이렇게 '체험'의 강도가 강함에도, 영화는 단순히 '체험'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서 그로 얻은 몰입감을 이용해 관객에게 울림을 준다. 주인공 '라이언 스톤'의 서사가 대표적이다. 일상 속, 갑작스럽고 허무한 사고로 인해 딸을 잃은 그는, 이후 사고를 안겨준 일상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주를 택한다. 우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말 그대로의 '고요함'이 그에게 위로를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만큼 삶에 대한 의지를 잃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런 그가, 드넓은 우주에서 혼자 남겨졌다는 공포감을 겪으면서 삶을 유지하려는 발버둥을 치게 된다. 또한, 그를 살리고 우주 멀리 혼자 떠나게 된 '맷 코왈스키'의 조언과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순간에 나타난 '맷 코왈스키'의 환상 등을 통하여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게 된다. 

 



3. 이는 굉장히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이전까지의 장면에서 드넓은 우주에서 혼자 남았다는 고독감과 공포감을 몰입감있게 관객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포감을 통하여 역설적으로 삶의 의지가 더 드러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연료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절망한 주인공에게 '맷 코왈스키'가 해준 조언은, 실제로 환상이었음을 고려한다면 그가 실제로 알고 있던 방안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그의 삶의 의지가 이전까지는 부족하였지만, 다시금 되찾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후, '운전은 더 이상 싫다'고 말하고,  '코왈스키'에게 딸의 안부를 전하면서 그는 생존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한다. 인상적인 점은, 삶의 의지를 되찾은 이후 장면은 상당히 스피디하다는 점이다. 이후 배경은 추락 중인 중국의 우주 정거장이며, 자연스레 속도감 넘치는 배경이 된다. 그 현장에서, 주인공은 빠르게 착륙선에 탑승하고 마지막 도전을 한다. 삶에 대한 확신이 없던 이전과는 다르게, 살기로 다짐을 했다면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겠다는 주인공의 다짐이 빠른 속도감을 통해 더욱 드러나는 셈이다.

4. 본 영화에서 감동적인 장면은 정말 많지만, 필자에게 가장 감동적이었던 장면은 '하늘'이 극 중에서 처음 보여지는 장면이었다. 영화의 주 배경은 '우주'이기 때문에 하늘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하늘을 다시 보기 위하여 영화 내내 투쟁하였기 때문에, 하늘을 스크린에 등장하는 순간 벅차오르는 감정이 느껴졌다. 하늘을 피하고 싶어 하늘 위로 떠났던 주인공이, 다시금 삶의 의지를 되찾고 하늘 아래로 돌아온 점도 인상적이었다. 이어서, 착륙선에서 탈출한 주인공이 흙을 잡고, 얼굴에 비비는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삶'의 대표적인 구성 요소이기 때문이다. 

​5. 우주에서의 사고 이후, '코왈스키'를 떠나보내고 ISS에 들어선 '라이언'은 안도감과 피로감으로 인해 몸을 둥글게 마는 자세를 취한다. 주위에 있는 호스 등과 함께, 이는 마치 태아와 같은 모습으로 보인다. 이랬던 그가, 지구에 도착하고 중력을 이겨내며 두 발로 혼자서 일어선다. 카메라는 그를 아래에서 올려다보며, 그의 모습을 압도적인 느낌으로 담아낸다. 이러한 장면은 삶은 그만큼 압도적이고 숭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다가온다. 이 영화는 몰입감 넘치는 체험을 제공하는 작품이며, 동시에 삶에 대한 의지의 숭고함을 그려낸 뛰어난 성장 영화이다.  

 

★★★★☆

 

- 2021년 10월 11일, 메가박스 파주운정 6관 에서.

  * 2021년 24번째 작품.

 

 
그래비티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를 탐사하던 라이언 스톤 박사는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와 부딪히면서 소리도 산소도 없는 우주 한 가운데에 홀로 남겨지는데...
평점
8.1 (2013.10.17 개봉)
감독
알폰소 쿠아론
출연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에드 해리스, 오르토 이그나티우센, 팔두트 샤마, 에이미 워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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